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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제목 [나홀로 차박 세계일주 ] 무소뿔처럼 혼자간다.
작성자 여행투어 작성일 2022-09-28 10:30:39
[나홀로 차박 세계일주]
15년간 운전대 안 잡았지만…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간다.

'1' 출발선에서

수직의 등산이 아닌 수평의 세계여행을 결정한 이유& 캠핑카 준비


이번 세계 여행을 위해 마련한 나의 캠핑카. 쌍용 렉스턴 스포츠칸 모델을 개조해 캠퍼탑을 설치했다.

산에 다닌 지 40년이 넘었다.
내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연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산에서 완전한 자유를 느끼기 때문이다.
등산은 여러 사람과 함께 가지만, 산을 오르는 것은 오로지 홀로여야 한다.
산에 다니다보면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과 대면해 산에 오르다보면 내면의 본 모습과 마주친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무엇인가?
삶과 죽음, 그런 질문들이 나로 하여금 산으로 발길을 옮기게 만들었다.

산에 다닐수록 이런 질문은 꼬리를 물고 더 많이 이어졌다.
결국 산이 줄 수 없는 해답을 찾으러 여행과 모험을 떠나야만 했다.
그래서 산의 대가들은 수직의 산을 떠나 수평의 모험을 찾아 헤매게 되나보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4개 봉우리를 오른 라인홀트 메스너는 산에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남극 대륙을 횡단하고, 고비사막을 홀로 걸어갔다.

일본의 유명한 산악인이자 탐험가인 우에무라 나오미는 남미 아마존의 6,000km를 뗏목으로 탐사했고,
북극권 1만2,000km를 개썰매로 횡단하기도 했다.
그런 그도 알래스카 북미 최고봉 데날리를 겨울에 단독 등정한 뒤 실종되었다.
나도 지난 봄 우에무라 나오미의 뒤를 따라 데날리를 올랐지만, 아직도 그때의 추위가 뼈에 사무친다.
어쨌든 산에 오를 힘은 점점 없어지고 세상을 향한 모험심과 탐험 욕구는 점점 커져만 갔다.
내 마음속에 있는 불길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차박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이다.
바람처럼 자유를 찾아 헤매기.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이용해서 세상을 탐험해 보자!
자동차를 이용한 세계일주를 마음먹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운전을 안 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가능할까?
중간에 차가 고장 나면 어떡하지?
라디에이터에 부동액 한 번 넣어본 적 없는 내가 가능할까?
인적 없는 길가에서 사고라도 나거나 생명에 위협을 받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온갖 불안과 근심이 앞서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두려움과 걱정보다는 설렘과 호기심이 앞선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눈앞에 펼쳐질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결국 본능과 욕망이 이끄는 대로 가기로 했다.
두려움을 떨치고 광야로 나가야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차박으로 세계를 순례하자는 모험심이 온갖 불안과 걱정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부처님의 설법을 모은 초기 불교 <숫타니파타>라는 경전이 있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바람처럼 자유롭게 혼자서 가자!
사실은 혼자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라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다.
최소한 1년을 캠핑카로 여행하기 위해서 시간과 돈과 체력이 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인생은 길지 않다.
소중한 시간을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자.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가는 데까지 가보자.
인생 후반전은 지구별을 순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캠핑카를 이용한 세계일주 계획이 진행되었고, 나의 '길바닥 인생'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세계문화유산 분포도


세계일주 여행 경로 짜기

7년 전쯤 북미 알래스카부터 남미 최남단 우수아이아까지 약 8만5,000km의 아메리카 대륙을 배낭여행했다.
유명한 트레킹 코스와 산을 오르는 목표를 가지고 1년 동안 배낭을 메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돌아 다녔는데,
그때의 모토는 이랬다.

"길이면 걷고, 길이 아니면 오른다!"

캐나다의 밴쿠버 아일랜드의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이란 곳을 7박 8일 동안 걸은 적이 있었다.
원래 그 코스는 배가 난파되었을 때 탈출로로 이용하기 위한 곳이었는데 중간에 탈출로가 없다.
즉 트레킹 도중 다치거나 응급 시에 마지막 도착지점까지 가거나 처음 시작한 곳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그런데 시작 지점에 배낭 무게를 재는 저울이 있었다.
아니, 뜬금없이 웬 저울이지?

3분의 1 지점을 지나면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
장기간 트레킹에서 무게는 생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트레킹을 시작할 당시 내 배낭 무게는 30kg에 가까웠다.
트레킹이 끝났을 때 내 몸무게는 5kg 이상 줄어 있었다.
그때 뼈저리게 느낀 건 1주일 이상 걸리는 트레킹에서는 적어도 20kg 이하로 짐을 져야만 한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요세미티 계곡에서 마운트 휘트니까지 22일 걸리는 존 뮤어 트레일JMT에서는
우아하게 걸을 수 있었다.
결국 편안하고 쾌적하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세계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꼼꼼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작성해야만 한다.

차를 가지고 여행하는 많은 세계 여행자들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끝나는 것을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했다.
왜 그런 여행 루트를 짜는 거지?
처음에는 약간 의아했다.
중국 다롄에서 시작해 백두산을 여행의 기점으로 삼으려고 했다.




하지만 중국에는 차를 가지고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중국 내에서 운전면허증을 따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좋아, 그럼 베트남부터 시작하자.
베트남 역시 차를 반입하기 어렵고, 미얀마 국경은 못 넘어가며, 파키스탄-인도 국경은 폐쇄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세계일주를 할 유일한 시작과 끝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점과 끝나는 지점이 결정되었다.


그러면 지구별이란 엄청난 땅덩어리에서 무엇을 볼 것이며, 어떤 체험을 할 것인가?
나의 적성과 스타일에 맞는 주제는 무엇일까?
오랜 고민 끝에 세 가지 테마를 정했다.
문화, 역사, 예술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또한 광범위한 주제였다.
조금 더 범위를 좁혀나가다 보니 결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잘 모르는 것이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유산이다.
1972년 유네스코가 정한 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그리고 복합유산으로 구분한다.

2019년 현재 세계유산은 전 세계 167개국에 분포되어 있으며,
총 1,121점(2019년 등재기준) 가운데 문화유산이 869점, 자연유산 213점, 복합유산이 39점이다.
많은 세계 유산을 가진 국가들은 이탈리아(53곳), 중국(52곳), 스페인(46곳) 순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2021년 현재 15곳의 세계유산이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대부분 잘 모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유산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1년이란 기간 동안 세계를 다 돌아볼 수는 없으니 범위를 좁힐 수밖에 없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시베리아를 횡단한 다음 모스크바에서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를 거쳐
다시 블라디보스토크와 동해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잡자는 것이 1차적인 목표가 되었다.
결국 세부적인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날씨와 기후를 보면서 길바닥 인생의 방랑을 시작해야만 한다.
그래서 나름 엉성하면서 개괄적인 여행 범위를 잡았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마치 다음날 시험을 보면서 아직도 공부할 게 남아 있든지,
아니면 화장실 갔다 와서 뭔가 개운치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여행은 원래 그런 법,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필요하면 현지에서 처리하자는 마음으로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9월 15일 동해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를 탄다.
들리는 얘기로 시베리아에는 벌써 눈이 내린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약 1만km인데 하루 500km씩 운전해도 20일 이상 걸린다.
게다가 시베리아 횡단은 날씨와 기후 탓에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한다.
차가 잘 버텨 주기를 기도할 뿐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구절이 나의 마음을 대변한다.
나도 자유로운 인간의 상징인 조르바처럼 살고 싶다.
<다음호에 계속>